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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궁시렁

김용판 '무죄' 1심 선고에 대한 시선

by 사랑화니 2014.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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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관 계단에서 검찰수사를 방해한 황교안 법무부장관에 대한 해임과 특검실시를 주장하고 있는 모습.(사진=민주당 홈페이지)



2012년 12월 19일 대선을 앞두고 터진 '국정원 댓글녀' 사건. 당시 대선 후보였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국정원 직원 김 모씨의 오피스텔 대치상황을 '사실상 감금인 여성 인권탄압'이냐, '국정원 직원의 불법 대선개입 현행범의 증거인멸을 위한 셀프감금'이냐를 놓고 대선 사흘 전인 16일 TV토론회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다. 그리고 토론회 직후 밤 11시경 서울지방경찰청은 '국가정보원 직원 김 모 씨가 다수의 아이디를 사용한 증거는 나왔지만 게시글이나 댓글을 단 흔적이 없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의 발표 이후 대선은 끝났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다. 그리고 수사를 담당한 서울 수서경찰서는 2013년 4월 국정원 직원 김 모씨와 관련자들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 의견' 붙여 송치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발표했던 일에 대해 수서경찰서는 '범죄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사건을 넘겨 받은 서울중앙지검은 2013년 5월 서울지방경찰청의 '축소 수사지시 의혹'에 대해서도 돋보기를 들이댔고, 사건은 점점 일판만파 커져갔다. 박원순 서울 시장에 대한 문건은 물론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 대선 개입 의혹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쏟아졌고,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2월 16일 중간수사결과 발표 직전 권은희 수사과장에게 전화를 했던 사실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기소여부를 놓고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구속기소를 주장하는 검찰 수장(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공직선거법 적용을 반대하는 황교안 법무장관은 대립했다. 결론은 검찰이 한 발 물러선 불구속 기소. 어차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다른 개인비리혐의로 구속상태였기때문에 김용판 전 청장은 이때부터 운이 좋았다. 

 

1년 가까운 법정공방…김용판 1심 선고 '무죄'


2014년 2월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국정원 댓글녀'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김용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직후 갑론을박이 뜨겁다. 사법부의 잘못인가? 검찰의 무능인가?아니면 김용판의 변호를 담당한 법무법인 화우의 절대적 유능함인가?


재판부를 이끈 이범균 부장판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개인비리 사건에 대해서는 실형을 선고했고, 이석현 민주당 의원의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탈북자 간첩사건에서도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었다.


'자유심증주의'에 입각해서 피고인이 유죄라는 합리적의심이 들 정도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범죄구성요건에 대한 검찰의 증명이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형사법정의 대원칙이다. 


피고인의 죄를 입증하려는 검찰과 피고인을 대리하는 변호인의 공방 속에서 제출된 증거라는 제한된 범위내에서 합리적인 법리적 결론을 이끌어내야 하는 게 재판부의 고뇌다. 


피고인을 대리한 대형로펌 법무법인 '화우'의 능력인가? 변호인은 피고인이 '악마'라도 그 악마의 이익을 위해 변론을 해야 하는게 주어진 숙명이다. 수많은 검사 또는 판사 출신 변호인들이 포진한 로펌에서 숱한 방어논리와 법으로 보장된 방어권을 행사하면서 공방을 벌였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럼 공격을 제대로 못한 검찰의 무능인가? 국정원 댓글녀 사건과 함께 윤석렬 팀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에서 김용판 사건의 수사를 했었다. 수사는 물론 기소과정에서부터 검찰과 법무부(결국 청와대)는 대립했고, 이 불똥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으로 번졌다. 조선일보와 채동욱 전 총장의 싸움에서 결국 채동욱 전 총장은 퇴진했고, 그와 동시에 검찰 수뇌부의 태도 역시 빠르게 변했다. 마침내는 특별수사팀을 교체했다. 


이렇게 바뀐 검찰 수사팀이 공소유지 능력이 어땠는지는 재판을 보지 않아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유식한 말로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채동욱' 떠난 검찰…권력 앞에 쫄았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퇴진 이후 '바람막이'가 없어진 검찰은 크게 흔들렸다.(사진=한겨레신문 보도기사 캡쳐)



사람들은 김용판의 '무죄' 선고에 대해 사법부를 비난한다. 그러나 '주어진 증거' 안에서 판단해야 하는 사법부에게는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른다. 


한겨레 신문은 2월 11일자 1면 머릿기사에서 검찰이 채동욱 전 총장의 퇴진 이후에 공소유지에 소극적이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법부의 '피고인' 김용판에 대한 '무죄' 선고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권력이란 이런 것이다"를 제대로 보여 준 것이다. 행정부의 한 부처인 법무부가 검찰 인사를 장악하고 있는 한 이런 일은 늘 되풀이 될 것이고, 그래서 권력이 교체되는 시기에는 늘 '고위공직자 수사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가도 권력이 교체되면 이 주장이 사라진다. 



가슴 답답하지만, 이것이 어쩌면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나마 '특검'을 주장하는 이유다. 



특검 '오락가락' 민주당…'비웃는' 새누리당


그러나 특검으로 가는 길도 암담하기만 하다. 민주당은 작년 정기국회를 마치면서 2014년 예산안을 걸고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한 새누리당과 밀고당기기를 했다. 그리고 12월 2일 여야 4자 회담(김한길, 전병헌, 황우여, 최경환)에서 국정원 개혁특위와 정치개혁 특위 구성에 대해 합의하고, 국정원 댓글 수사 관련 '특검'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한다"는 요상한 문구로 덮어버렸다. 



2013년 12월 2일 '국회정상화를 위한 4자회담' 모습(사진=민주당 홈페이지)


그리고 해가 바뀌어 2월, '피고인' 김용판에 대한 1심 '무죄'가 선고되자 그 역풍을 오히려 민주당이 뒤집어 쓰고 있다. 지난 4자 회담 이후 특검 도입을 위한 논의를 하지 않았고, 국정원 개혁특위나 정치개혁 특위 역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공회전' 중이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뒤늦게 '특검 4자회담'을 제안했지만, 그 공은 새누리당으로 넘어가지도 못한 채 "꿈도 꾸지 마라"는 새누리당의 비난만 들었다. 새정치 신당을 준비하는 안철수 의원 측 역시 특검을 위한 범야권 연석회의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1심 선고가 나온 사건에 대해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을 향한 민심이 어떤 점수를 주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 소장환 free5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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