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실종자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노란 종이배가 국회 광장 곳곳에 놓여졌다.(사진=소장환)
제헌절을 하루 앞둔 7월 16일 오후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경기 안산 단원고 아이들과 유가족들이 국회를 향해 걸어왔다.
고통의 시간에서 생존한 단원고 아이들이 국회를 향해 온다길래 사무실에서 국회 정문을 보면서 아이들이 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날 행진을 스스로 기획했고, 1박2일동안 걸어왔다고 한다.
국회 광장 잔디와 나무는 노란색 종이학과 종이배로 가득했다. 누군가의 정성으로 세월호 참사에서 무참하게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과 탑승객들을 추모하는, 그리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11명의 희생자들을 찾기 위한 염원이 담긴 노란 종이학과 종이배.
그러나 쉽게 국회 정문 앞으로 가지 못했다. 단원고 아이들과 눈이 마주칠까봐 용기가 나지 않았기때문이다.
그런데 단원고 아이들과 유가족들의 발걸음을 경찰이 막았다. 그래서 정문 앞으로 향했다.
뉴스에는 경찰이 10개 중대를 집결시켰다는데, 단원고 아이들은 이미 학교로 돌아간 상태에서 유가족 50여 분 정도가 있었다.
정문 앞에서 깜짝 놀랐다. 경찰과 마주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침착했다. 나라면, 그 분들의 입장이라면 이성을 잃고 말았을텐데... 유가족들은 극도로 이성적이었고, 차분했다.
이성을 잃은 건 오히려 경찰이었다. 불법행위가 있으면 채증을 한다면서 곳곳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고, 시위대 수천명이 온다고 했기때문에 경찰이 막았다고 했다.
국회 정문 앞 현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영등포 경찰서장에게 항의하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때 사람들 틈 속에 끼어 있다가 서장이 하는 말을 들었다.
서장은 "국회는 관람하는 시민들이 들어가는 곳"이라고 했다.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국회가 동물원인가? "관람"하는 시민들이라... 그 속에 있는 나는 기린인가? 치타인가?"
그렇지만 딱히 별로 할 말도 없는 것 같다. 많은 국민들의 눈에 비쳐지는 국회는 세월호 국정조사가 공회전하고, 특별법 처리도 못하고 있는, 무능하고 답답한 곳이니 어쩌면 동물원보다 못할 수도 있지.
만약 내가 국회의원이라면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장과 사무총장을 국감 증인으로 요구하겠다.
국회를 왜 동물원보다 못하게 만들었는지, 힘들게 걸어서 찾아 온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들을 왜 막았는지... 정말 묻고 싶다.
/ 글.사진=소장환(free5785@)
<관련기사>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484213
세월호 유가족들의 발걸음이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다.(사진=소장환)
'세상궁시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영란법'과 '과유불급'... (1) | 2015.03.06 |
---|---|
응답하라, 쌍차!…김정욱·이창근 힘내라! (2) | 2015.01.23 |
27년 전 6월의 기억... (0) | 2014.06.10 |
[JTBC 영상구성] "보고싶어 돌아와" (0) | 2014.04.30 |
대통령님 보세요…바다에서 온 두 번째 편지 (0) | 2014.04.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