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서울 마포에 당사를 마련했다. 기자석이 100석 규모라면서 대선을 향한 움직임라고 했다. 결국 안철수의 혁신 주장은 "다음 대선은 내 차례잖아"라는 걸 드러냈다. 어차피 대선주자였던 그였기에 그런 행보가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모습으로 '혁신'으로 포장된 탈당명분 쌓기를 하면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낡은 진보 청산? 안철수 의원과 함께 하는 사람들만 새정치?
안철수 의원은 탈당하면서 줄곧 야당의 혁신을 주장하면서 '낡은 진보 청산'을 외쳤다. 언론에서는 '낡은 진보'를 '친노 그룹'으로 등식화한다. 진보는 진보인데, 낡은 진보라는 모순적인 단어배열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한 다음 안철수 의원을 돌아보자. 그는 어떤 정치세력을 딛고 서 있는가?
소위 새정치민주연합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일부 호남 의원들이 안철수 의원을 추종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에 이어 후속 탈당한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김동철 의원을 보면 이들이 '새정치'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에 추가 탈당을 시사한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탈당을 저울질하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까지. 이 분들이 과연 청산되어야 할 '낡은 진보'보다 새로운 정치질서 위에 있는 분들인가 되묻고 싶다. 어쩌면 오히려 '물갈이 대상'에 포함되는 분들은 아닌지.
그래서 안철수 의원은 재출발의 시작부터 모순이다. 어차피 정치는 세력화가 필요한 것이고, 대선으로 가기 위한 정치세력화의 과정인 것이다. 그 포장의 첫 단추를 '낡은 진보' 청산으로 잡은 것은 대권욕심이 부른 패착으로 보여진다. 어쩌면 낡은 진보보다 더 낡은 정치세력 위에서 낡은 진보 청산을 외치는 모양새는 '벌거벗은 임금님'같은 꼴이다.
안철수 '새정치'는 여전히 오리무중
더구나 안철수 의원이 외치는 '새정치'에 대해 구체적인 비전이나 실체를 아는 사람은 여전히 없다. 막연히 추상적인 경전 속의 말씀들로는 이 시대를 구할 수 없다. 지금 국민과 야당에게 필요한 것은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수권능력이 있는 집권정당으로서의 능력이다. 그리고 내부 권력투쟁이 아닌 대정부 투쟁, 정권교체를 위한 강력한 야당으로서의 대여 투쟁이 필요한 상황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안철수 의원이 국민적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불거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에 이은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서의 지지율이 50% 가까운 유력후보였던 그가 시민운동 출신 변호사로 5% 지지율에 머물던 박원순 시장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하면서였다. 이후에는 2012년 대선에서도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속 사정이야 어찌됐든 간에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했다.
그렇게 불기 시작한 안철수 신드롬은 새로운 정치세력화에 길에 접어들었다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한길 전 공동대표를 만나 전격적인 합당과 통합전대를 치르면서 한번에 제1야당의 대표 반열에 올랐다. 당명조차도 60년 전통의 '민주당'을 포기하고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바꿨다. '당'이 아닌 '연합'은 이때부터 이별을 예고했는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안철수 의원은 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각인됐지만, 문재인 당대표가 등장하면서 복잡한 권력투쟁이 벌어졌다. 그 사이에 안철수 의원이 보여준 새정치는 솔직히 없었다. 오직 내부 권력투쟁에 내게 유리하면 '혁신' 또는 '새정치'이고, 불리하면 '구태'였다. 그래서 안철수 '새정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뿐만아니라 지금의 '안철수'를 만든 사람들이 안철수 의원 곁을 떠났다고 한다. 윤여준 전 장관, 최장집 교수, 금태섭 변호사,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 그들이 바라보는 안철수 의원의 '신당-합당-탈당-다시 신당' 행보는 어떨까. 궁금해진다.
차라리 표창원 교수가 안철수보다 더 필요한 사람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인재영입대상 1호 카드로 꺼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무소속 안철수 의원보다 차라리 표창원 교수가 더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을 '합리적인 보수'라고 표현하는 표창원 교수는 지난 국정원 댓글사건 당시에 자신의 입장을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주장했던 분이다. 정부와 여당의 문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당시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안철수보다 표창원이 더 훌륭하다"고 주장했던 내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왜냐면 표창원 교수의 생각들은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합리적인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다른 이유 필요없이 마냥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 정치하는 사람보다 국민들에게는 '정의'를 지켜줄 수 있는 국회의원 한 명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표창원 교수를 기대해본다.
/ 글=소장환(free5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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