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정치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중앙일보 1면 머릿기사다. 청와대(박근혜 대통령), 유승민(여당 원내대표) 사과에도 "사퇴하라"는 현실.
성완종 리스트에도, 메르스 사태에도 '아몰랑'으로 통하던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당 원내대표를 쫓아내겠단다. 행정부의 입법권한(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권한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시는 대통령. 입법권은 국회의 고유권한이기때문에 정부입법(시행령)이 국회에서 만든 법에 잘 맞는지 여부를 따질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치고, 삼권분립을 따지는 대통령이 국회의 여당 원내대표를 물러나라는 것은 삼권분립에 맞는 것인가? 진짜 아몰랑~
아직도 봉건시대같은 이런 정치현실을 보면서 2015년 6월 29일 아침에 1987년 6월 29일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미완의 헌법으로 태어난 1987년 헌법
현재 대한민국 헌법은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만들어진 피의 결과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이 1979년 10월 26일 밤에 울린 총성과 함께 멈추는가 했지만, 이어 등장한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연장됐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흘러 198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두환은 약속했던 '직선제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4.13 호언조치'를 선언했다. 이유는 평화적 정권교체. 곧바로 역사에 '6월 항쟁'이라고 기록될 국민적 저항이 일어났고, 당시 전두환에 이어 대통령을 해야 될 '운명'이었던 노태우가 나서서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는 '6.29 특별선언'을 하면서 현재의 헌법이 태어났다.
이 헌법은 역사적 경험상 권력자의 장기집권을 막는 데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었다. 민주주의 원칙인 삼권분립을 실현하는데 조금 미흡하더라도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 것만으로도 큰 성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 6월 29일은 1987년에서 28년이나 지났다. 이제 1987년 헌법으로는 대한민국의 정치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대통령이야? 왕이야?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원수'이고, 국내적으로는 행정부를 대표하는 수반이다. 그런데 행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의회를 향해 '너 나가'라고 한다면?
18세기까지 봉건주의 시대를 지나온 세계는 19세기부터는 식민지를 배경으로 성장한 상인자본이 정치권력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유럽에서는 '시민혁명'이 일어나 '왕'이 아닌 '의회'에 권력이 중심이 이동했다. 이렇게 '의회 민주주의'가 태어났다.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전쟁'을 거쳐 탄생한 미국은 처음부터 '왕'이 없는 국가였기때문에 왕 대신 '대통령'을 뽑기로 했다. 하여튼 대통령은 왕이 아니고, 유럽의 왕들도 옛날의 '왕'이 아니다. 이런 권력구조의 중심에는 '마그나카르타'에서 출발한 '헌법'이 있다.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헌법'을 갖고 있고, '삼권분립'을 규정하고 있다. 입법·사법·행정으로 나눈 이 권력들은 봉건시대에 '왕'이 혼자 갖고 있던 '통치권력'이다. 그런데 이 삼권분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여전히 봉건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의회 다수당이면서 집권세력의 원내대표를 청와대 대통령이 사표수리하겠다는 발상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정치는 곧 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다시 말해서 의회보다 청와대가 힘이 더 세다는 것이기도 하다. 행정부의 수반인 청와대 대통령이 입법·사법을 장악하고 있으면 '왕'이 되는 것이다. 임기가 정해진 왕이라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삼권분립을 통한 정치개혁을 완성하려면 당장 개헌(改憲)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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