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우리집 세 여인과 자주 가는 집, 우리밀 동우.
방부제가 많은 밀가루 음식에 대한 불편한 걱정을 덜기 위해서라도 "우리밀"을 찾는다.
나머지는 가게 주인의 양심에 맡겨야지...
이영돈PD의 고발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 이후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지만, 너무 따져도 먹을게 없을 듯 싶기도 하다.
그냥 우리밀을 신뢰하고 가자.
하여튼 가게를 들어서는데 "굴짬뽕" 개시가 눈에 띈다.
자장면 둘, 짬뽕 하나, 굴짬뽕 하나...
그리고 탕수육 미니 하나!
가장 먼저 탕수육 미니 등장...
작은 사이즈 접시에 간단히 먹기에 딱 적당한 양이다. 맛깔스런 소스를 뒤집어 쓴 탕수육에 젓가락이 춤춘다.
곧이어 자장면 등장...
두 딸은 어릴적 내 입맛을 닮아 자장면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젓가락으로 슥슥 비벼주고, 먹기 좋게 가위로 한 번 면의 중간을 슥 잘라주면 된다. 그럼 꼬마 아가씨들 자장면 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먹는다.
여기서 생각나는 어릴적 자장면의 추억 하나...
예닐곱살쯤 되었던가, 엄마 심부름으로 냄비를 들고 자장면집에 가서 이백원값인가를 사서, 냄비에 담아다가 함께 먹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제 거의 사십년이 다되어간다. 솔직히 내겐 정확한 기억이 없지만 엄마가 가끔 이야기를 꺼내곤하니 덩달아 기억이난다고 해야할까. 이후로도 자장면은 시험을 잘 볼때 정도에나 가끔씩 보상처럼 맛을 볼 수 있었다. 또는 졸업식처럼 큰 행사가 있어야 먹는 음식이 바로 추억의 "짜장면".
그랬던 자장면인데... 요새는 아이들이 말만하면 곧장 대령하는 음식이 됐다. 그것도 배달주문이 힘든 시간대에는 "짜짜짜 짜파게티~ 아빠는 요리사!"가 되면 된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장면... 감기몸살 기운이 도는 여왕은 얼큰한 짬뽕, 나는 굴짬뽕.
칼칼한 짬뽕 국물이 개운하다는 여왕. 그리고는 뽀얀 굴짬뽕 맛까지 호시탐탐 노린다. 말로는 바다 냄새가 너무 나서 "비릿하다"고 하면서도 자꾸만 숟가락질이다. 비릿하다고 하는 그 냄새, 굴이 품고 있는 바다의 향이다. 군산에서 태어나 바닷가에서 놀면서 자란 내게는 바다의 향이 물씬 풍기는 굴짬뽕 국물이 그야말로 가을 보양식같다.
그렇다고 군산이 굴로 유명한 산지도 아니고, 어릴 적 살던 동네 바닷가에서는 굴 구경을 못해봤다. 다만 엄마가 '명량'해전으로 유명한 진도 섬 출신인 덕분에 기회가 되면 굴을 자주 먹었던 덕분이다.
사람들은 굴을 가리켜 '바다의 우유'라고들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바다의 현미'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미네랄이 풍부하고 비타민A도 풍부해서 불면증과 시력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굴. 굴에 함유된 글루코겐은 췌장에 부담이 적고, 당뇨병에도 좋다고 한다.
그러나 굴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싱싱한 '맛'때문이다. 딱딱한 껍질에서 떼어내 막 행궈낸 싱싱한 생굴의 맛은 먹어 본 사람만 안다. 김치를 담글적에도 생굴이 들어간 김치가 시원하다. 싱싱한 굴로 만든 어리굴젖 또한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예전 제주도 용두암 바닷가에서 소주 한 잔에 석화(굴)를 한 입 먹었던 맛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그래서인가? 짬뽕 오천원, 굴짬뽕 구천원이네.
그래도 난 굴짬뽕 먹을테야... 쭈욱~
/글.사진=소장환(free5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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