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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닿는곳

여름날의 추억...::

by 사랑화니 2014.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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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은 그럭저럭 시원하게 지나가는 것 같다.


힘든 밤 열대야도 없고...

오히려 벼농사가 망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까지 하네.


이렇게 지나가는 여름의 끝자락(?)에 서서 아이들과 고래를 탔다.

그것도 ○대교 아래 개울가에서 물고기도 잡고, 고래도 타고...


15일 광복절이 금요일에 낀 덕분에 휴일의 다음 토요일은 더없이 편안하다. 눈을 떠서 어설픈 캠핑 도구를 주섬주섬 챙겨서 출발~



가는 길에 여왕이 만든 주먹밥으로 허기를 때우고...

다만 이 주먹밥의 문제는 맛있다는 거다. 

운전하면서 여왕이 입에 넣어주는 주먹밥 두 개쯤 먹을 때 뒷자리 둘째가 소리친다.


"도대체 몇 개나 먹어~"

"우리 안 먹는다고 안했거든!"


둘째가 한마디 하니, 큰 딸도 지지 않고 잔소리를 해댄다. 이대로는 목에 넘어가다 걸리겠다. 주먹밥 하나도 딸들 눈치세례에 제대로 먹기 힘들구나. ㅡㅡ;


딸들 눈치 속에서 열심히 운전하면서 중간에 처제를 태우고, 마트에서 고기를 사서 고고씽~ 


여왕의 주먹밥도 딸들 눈치에 제대로 못 먹고, 우선 처가에서 점심을 먹고 대교 아래에 도착하니 이미 진을 치고 있는 가족들이 제법 있다. 이미 아는 사람만 아는 소문난 명당이 됐나보다. 두리번 두리번 자리를 잡으려고 짐을 푸는데, 먼저 있던 가족들이 점심을 마치고 철수를 한다. 다행이다. 


그런데 이 분들이 가면서 텐트 칠 자리에 깔아놓은 종이박스와 사용하고 남은 물고기밥 '어분'도 주시고 간다. 그리고 자신들이 잡은 제법 큰 물고기까지...  사실 마트에서 다들 불판에 구워 먹을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사고 있을때 나는 두 꼬맹이와 물고기를 잡을 요량으로 뜰채와 작은 통발 같은 도구를 샀다. 그리고 그냥 하면 되리라 생각했는데, 물고기를 꼬실 수 있는 물고기밥도 필요했나보다.  


사실 나는 어릴 때 바닷가에서 자란 탓에 개울가에서 물고기 잡는 것은 해본 적이 없다. 동네에 붕어가 사는 개울이 없었다. 그냥 '둠벙'이나 작은 또랑에서 올챙이는 잡아봤다. 


그래도 바닷가에서 망둥어 낚시는 많이 했다. 잡은 망둥어를 내 손으로 손질해서 지붕에 널어 말려서 도시락 반찬으로 해가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그 시절엔 힘들게 야근하고 돌아오는 아빠와 집안 살림하면서 가끔씩 조개까러 가는 엄마에게는 토요일도, 일요일도 없이 살던 시절이라 주말에 물놀이 같은 건 기억에 없다. 


다만 군산에서 가까운 춘장대 해수욕장은 한 두번인가 갔었다. 우리 집만이 아니고, 누구네인지는 기억에 없지만 누구네집이랑 함께 갔었는데, 그때 지금 변호사가 된 막내동생을 잃어버렸다가 찾았던 기억만 있다. 해수욕장 물은 잠깐 발담그고, 하루종일 동생 찾아다니다가 등껍질이 다 익어버렸던 기억. 그래도 다행히 찾아서 오늘날 변호사도 됐으니... 어쨌든 나는 어디가면 동생들 덕분에 무언가를 찾아다녔나보네. 야구장에서 여동생이 먹고싶어 하는 오징어 파는 아저씨가 됐든, 해수욕장에서 잃어버린 막내 동생이 됐든... 하여튼 지금은 둘 다 잘 살고 있으니 행복이다.


친구들이랑 산과 들에서 메뚜기 잡고, 잠자리 잡고, 딱지치기하면서 놀았던 기억은 많지만, 항구도시 군산에서 내가 자란 동네는 딱히 멱감고 놀만한 개울이 없다. 그냥 슬리퍼 신고 조금만 걸어 나가면 바다와 맞닿은 금강하구가 눈 앞에 펼쳐지고, 강 하구 건너 저멀리 산꼭대기에는 장항제련소 굴뚝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풍경이 기억난다. 


그리고 이렇게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는 큰 태풍이 한 번씩 지나갈 때가 있었다. 그럴때는 밤새 해일이 불어닥쳐서 바닷물이 바다쪽 동네를 집어삼키고, 배가 집 지붕 위에 올라가 있기도 했다. 그럴 때면 온 동네가 가재도구를 햇볕에 말리느라 길가에 내놓고, 몇 집은 초상을 치르기도 했다. 또 그렇게 초상을 치를 때면 주검을 찾지 못해 초혼굿을 하기도 했다. 


그때로부터 이제 시간이 참 많이 지났다. 모든 게 추억이다.


장항제련소 풍경(사진=인터넷검색)


아무튼간에 그렇게 어설프게 자리를 잡고 그늘막 텐트(타프)를 치고, 해먹도 설치해주고, 힘 센(?) 여왕과 함께 고래에 바람도 넣고... 준비 끝!


여왕께서 공구를 통해 싸게 구매했다는 검은 고래, 덩치가 제법 크다.

큰 덩치 고래에 바람 넣는 일이 제법 힘들다. 그래도 나보다는 더 젊은 여왕이 힘껏 바람을 넣는다. 힘쎄다, 역시 우리 집 기둥답다!





물가를 만난 아이들, 역시 물고기 잡는 게 더 신기하다. 물놀이는 풀장에서 더 신나게 할 수 있지만, 물고기 잡는 것은 자연으로 나와야만 제대로 할 수 있다. 당연히 물고기 잡는 게 더 좋지. 어른들도 물고기 잡는 게 더 재미있다. 


그러나 잡히는 물고기는 많지 않다. 천만다행이다. 어설픈 우리에게 잘 잡히면 물고기가 씨가 마를 거 아닌가. 나중에 큰 붕어, 모래무지, 쏘가리도 되어야 하니까. 그리고 새들도 먹고 살아야지. 우리는 어렵게 어렵게 한두 마리만 잡아도 재미있다. 동작빠르게 피해다니기도 하고, 물 속을 가만히 보니 물고기들이 그물은 들이대면 그 밑으로 혹은 옆으로 피해다닌다. 요녀석들도 아는 모양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설프게 잡힌 물고기들은 우리 집 두 꼬맹이들의 호기심어린 관심에 지쳐 하나 둘씩 쓰러져 영면에 들기도 한다.





물고기와 한 판 씨름이 잦아드니, 이번엔 고래를 타러가자!
정말 튼튼하게 생긴 고래인지라, 어른이 타도 될 것 같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민망할 것 같아서 참기로 하자. 






노는 데도 체력이 중요하다. 특히 물에서는 체력이 금방 고갈된다. 


이럴 때는 먹어줘야지... 배통이가 작아서 조금만 먹어도 금방 배가 부르다는 둘째도 고기 굽는 걸 기다리면서 재촉한다. ^^




삶이란게 힘든 일상의 연속일 수 있지만, 

주말에 딸들과 데이트를 생각하면 즐겁다.


가을날의 언젠가는 열살이 된 큰 딸을 데리고 우리집 '아빠 어디가'를 해봐야지.


딸아, 아빠랑 여행가자... 




/ 글.사진=소장환(free5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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