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 자란 고향은 늘 마음이 푸근하고 좋다.
왜? 홈그라운드니까...
원래 똥개가 셰퍼트랑 붙어도 홈그라운드에서는 50% 먹고 들어간다고 하잖아.
그래서 고향 떠난 촌놈에게는 늘 고향이 그리운가보다.
나야 뭐, 주말 부부니까. 주말에는 늘 집에서 세 여인과 조우한다.
딱히 고향이 그리울 것도 없지만, 그래도 '고향'이라는 말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KBS 여의도 본관 정문 쪽 길 맞은 편에는 파스쿠치(PASSCUCCI) 커피숍이 있는데, 그 건물 지하에 가면 가슴 설레는 고향의 맛이 있다.
전북 김제가 고향인 주인 마님의 음식 솜씨가 일품이라... 손맛 그대로 고향 맛이다.
가게 이름도 "고향집"이다.
정갈한 솜씨로 아저씨 사장님께서 세팅해주시는 밑반찬들도 화려하지 않지만, 젓가락이 꼭 가고 싶은 집 반찬들이다.
그동안에는 국회 의사당 큰 대로 건너 편 금산빌딩에 있는 **집 김치찌개를 자주 먹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주방 주인 아저씨가 안 보이더니 손 맛이 완전히 변한 듯 하다. 아마도 주인이 바뀐 모양이다.
그러던 차에 지난 추석 전에 전북지역 언론사 선배와 함께 와 본 이 집의 맛은 정말 최고였다. 그래서 다시 찾게 됐다.
특히 이 집의 하일라이트 가운데 하나는 "전"이다. 이 집의 쇠고기 육전은 정말 맛있다. 여럿이 둘러 앉아서 인원 수에 맞게 2~3개씩 배분을 해야만 젓가락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다.
육전에 다시 해물파전, 김치전까지 손 맛이 빠지지는 메뉴가 없다. 가격도 착한 가격이라 너무 좋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홍어도 한 번 도전해봐야 겠다.
하여튼 온갖 전을 놓고 막걸리를 한 병 튼다. "캬아~"
고향집의 전은, 특히 육전은 정말 둘이 먹다 하나가 더 먹으면 싸움나게 생겼다.
막걸리와 전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이제 밥을 먹어야지? 참, 거창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맛 있으면 밥 한 공기가 다시 다 배로 들어간다.
위대하다하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돼지고기를 큼직막하게 깍둑 썰어서 묵은지와 함께 넣고, 두부도 크게크게 잘라 넣은 김치찌개.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김치찌개 맛이 또한 일품이다.
아, 어쩌랴. 내 몸뚱이 배을 둘러 싼 이 걱정덩어리들을 ...
멈추지 못하는 숟가락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 글.사진=소장환(free5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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