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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하늘 길 가시고,
어김없이 찾아 온 열 네번째 겨울 문턱...
아버지 만나 술 한 잔 올리니,
작은 물새 한마리 푸드덕 둠벙에서 날아오른다.
삐비 자란 자리에 넙적한 돌을 깔고,
사과와 북어를 안주 삼아 올린 술 한 잔.
뒤 늦은 미안함에 엎드려 절 올리는데,
뺨에 어리는 쌀쌀한 가을바람이 오히려 상쾌하다.
쉰 아홉해를 살다가 아버지 가시던 날은 그리도 추운 겨울이었다. 하얀 눈이 세상을 덮고, 목구멍을 올라오는 숨은 하얀 연기처럼 피어올랐었다.
아버지 홀로 외로운 무덤하나 있던 그 곳에 이제는 많은 이웃이 생겼다. 흩어지고, 잃어버렸던 묘를 모두 찾아 옮기라던 아버지의 유언을 아들은 지켰다. 이제 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까지 모두 한 곳에 모여 누워계신다.
아버지의 왼쪽에는 가장 먼저 마흔 아홉 짧은 생을 접은 큰 형님이 누웠고, 다시 아버지의 오른쪽에는 아버지 당신의 묏자리를 다져주었던 아우가 예순 아홉해를 살다 누웠다.
오늘은 나를 존재하게 한 이 모든 분들의 누운 자리에 술 잔 올릴 상석을 마련했다. 겨울이 오고, 하얀 눈이 세상을 덮어도 이제 외롭지들 않겠다.
그렇게 아버지의 유언을 들었던 서른 살 아들은 이제 마흔 넷이다. 내년 봄이 오기 전에는 떼가 잘 살 수 있도록 한 번 들러서 라면이라도 끓여먹고 가야겠다.
"아버지, 또 올게요..."
/ 글.사진=소장환(free5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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