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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머문곳

"워뗘? 후달려?"...배깔고 쭈쭈바 물고 보는 영화 '수상한 그녀'

by 사랑화니 2014.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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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뗘? 후달려?"

영화 '수상한 그녀'(2014년, 황동혁 감독)를 보면서 여운처럼 남는 대사다.

폭폭 찌는 더위에 집에서 배깔고 누워, 쭈쭈바 하나 입에 물고 낄낄대면서 보면 딱! 좋은 영화다.

특히 감질나는 로맨스나, 머리 아픈 다큐보다는 한바탕 웃을 수 있어서 편한 영화.


심은경, 넌 누구니?


'수상한 그녀' 런팅타임 124분 동안 웃기고, 약간의 감동을 주고, 귀에 달달한 노래를 들려주는 여배우는 심은경(오두리역)이다.

앳되 보이는 얼굴에 빠글빠글 볶은 시골 아지매 파마가 어색하지 않은 데다, 사투리마저 귀에 착착 달라붙는 맛이 살아 있는 '오두리'를 위해 만든 영화 같다.


'심은경'. 궁금증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1994년생이고 2003년 '대장금'에서 생각시 역으로, 2004년 드라마 '단팥빵'에서 최강희의 어린 시절 아역으로 TV에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장길산'과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도 아역으로 출연했다. 2006년에는 '황진이'에서 하지원의 아역 어린 황진이를 연기했고, 2007년에는 '수지니' 이지아의 아역을 연기했다. 2010년에는 '거상 김만덕'에서 어린 만덕이를 소화했다. 

영화에서도 '써니'(2011년)를 통해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써니 이후에는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2012년 '광해-왕의 남자'에서 사월이 역으로  다시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2014년 1월에는 '수상한 그녀'.




대장금을 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단팥빵' 최강희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는데 그때 꼬맹이 아역이 언제 이렇게 커서 스물 한 살 꽃처녀가 됐나. 세월 빠르네.


하여튼 앳된 꽃처녀 심은경이 영화 속에서 불러주는 '빗물', '나성에 가면' '하얀 나비'를 듣는 재미가 크다. 흘러간 노래에 젖어드는 걸 보면 나도 이제 흘러가는 세대가 되어가나 싶다. 


아무튼 영화를 보고나서 심은경은 어쩌면 '여자 차태현'이란 느낌이 조금 든다. 다만 앞으로 차태현보다 더 멋진 배우가 될 수 있는 시간의 가능성은 있다. 그녀의 몫이긴 하겠지만, 개인적인 견해에서 볼때 '엽기적인 그녀'(2001년 곽재용 감독) 이후 차태현은 더 성장하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심은경도 노력한다면 국민배우로 성장할 수 있겠지.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소재…심은경 '깨알 연기'로 살린 영화


영화관에서 사진을 찍고 '꽃처녀'가 되는 스토리. 어쩌면 진부하다. 할라우드 영화나 국내 드라마에서도 시간의 과거로 돌아간다거나, 남녀의 몸이 바뀐다거나 하는 스토리는 제법 있다. '수상한 그녀' 역시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과거로 돌아가는 컨셉은 전혀 신선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런닝타임이 끝날 때까지 관객의 시선을 붙잡고 있는 것은 심은경의 '깨알 연기' 덕분이다. 나문희씨의 모습이 그대로 전이된 듯한 행동 하나하나, 그러면서도 어릴 적 머슴살던 '박씨(박인환)'와의 러브라인, 심은경이 날리는 사투리 대사들까지. 맛깔스럽지 않은 게 없다. 




특히 영화 중간중간에 잘 배치된 심은경의 노래부르는 장면은 '미녀는 괴로워(2006년)'에서 김아중이 '아베마리아'를 부르던 모습을 잠시 연상시키는 듯 하지만, 색다른 맛을 보여준다. '아베마리아'는 클라이막스의 카타르시스가 기억에 남는다면, 수상한 그녀에 등장하는 '빗물', '하얀나비', '나성에 가면' 등등은 감성어린 '추억'이다. 그리고 귀에 들러붙는 달달함이 있다.


아울러 '미녀는 괴로워'에 등장하는 PD는 상당히 밥맛인 구석이 있지만, '수상한 그녀'에 등장하는 한 PD는 지고지순한 로맨티스트다. 그래서 생기는 오두리와 한 PD, 그리고 손자 반지하와 삼각 러브라인을 코믹하게 잘 녹여냈고 있다. 오두리가 한 PD에게 던진 명대사 한 마디. "남자는 그저 처자식 안 굶기고... 밤일만 잘하면..."  더불어 명대사 하나 더하자면 한 PD가 오두리를 뒤쫓아가다 치한으로 몰려 경찰차에 실려갈 때 오두리가 남긴 교훈 같은 한 마디는 "하여간 사내들은 아랫도리가 문제여 뭐하러 요~ 한토막도 안되는것땜시 신세를 조지나몰라~"였다.





물론 억지스러운 면도 영화 곳곳에 있다. 성공적인 방송데뷔 이후 방송국 한 PD일행과 '반지하 밴드' 그리고 짝사랑 박씨까지 떼거리로 워터파크에 놀러 간 것은 매우 억지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물놀이 중에 상처가 나면서 피를 흘리면 노화가 된다는 큰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그냥 영화의 클라이막스와 결말을 위한 장치인 모양이다.

 

그리고 삼각 러브라인 속에서 손자 '반지하'가 가수 데뷔무대를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갑자기 긴급수혈 혈액형이 희귀혈액형인 'RH-'가등장하는데 매우 어색하다. 


그래도 뭐, 오두리는 손자를 살리기 위해 젊게 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게 된다. 박씨는 오두리를 말리고, 밖에서 듣고 있던 아들 반현철 교수(성동일 역) 역시 너무 젊어진 엄마에게 자신의 아들은 자신이 책임질테니 엄마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떠나라고 한다. 


그러나 오두리는 아들에게 "다시 태어나도 변함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니가 내 아들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수혈하러 간다. 그리고 노인이 되어버렸다. 결국 세계 공통 정서인 '모성애'를 통해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이다. 


카메오들의 잔재미도 있다. 영화 마지막에는 박씨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젊어진 김수현이 되어 오토바이를 타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욕쟁이 할매 오말순(나문희) 앞에 멋지게 나타난다. 그리고 헬멧을 벗어올리면서 던지는 한 마디는 "워뗘? 후달려?"...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의 등장이 마지막에 빵 터지는 잔재미를 준다. 

  



/ 글=소장환(free5785@), 사진=인터넷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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