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Black, 2005), 꼭 봐야 될 세계 최고의 영화 Top 50이라고...
타임지 선정 최고의 영화 BEST 10이라고...
그런데 영화 보는데, 이런 기준이 뭐 필요한가? 재미 있으면 보는 거지! ^^
나에게 영화를 보는데 필요한 특별한 기준은 없다.
그냥 "땡기는 것"이 유일한 기준이다.
"발리우드"란 말은 들어봤어도, 생전 처음 보는 "인도영화"
영화라면 지금껏 어릴 적 TV에서 '주말의 명화'를 통해서 미국 카우보이를 보고 자라서, 청소년기에는 '주윤발' 홍콩영화에서 빨간색 말보로 담배와 롱바바리 코트를 우상으로 생각했던 나 아니던가.
그 이후에는 강재규 감독의 '쉬리'를 보면서 한국영화의 성장에 감탄했고, 심형래의 '용가리'와 '디 워', '라스트 갓파더'를 시리즈로 보면서 엄청시리 쪽팔렸지만 '애국심'이라고 믿으며 버텼다.
하지만 인도 영화는 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동안 인도의 영화산업을 일컬을 때 할리우드에 견줘서 '발리우드'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영화 지식이 딸리니 아는 거라곤 '발리우드' 단어가 전부다. 결론적으로 인도 영화는 태어나서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그런데 얼마 전 영화 블랙(Black)을 꼭 봐야 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내 귀가 솔깃해서 건네주는 영화파일을 받았다. 불법 다운로드가 아니길 바라면서...^^
그리고 런닝타임 124분 동안 꼼짝 없이 영화를 봤다.
스토리 뻔한 영화, 그러나 '감동'…어둠의 '빛'과 기억의 '시간'을 바꾼 휴먼 스토리
영화는 시작하면서부터 주인공의 독백으로 화두를 던진다.
"내 이름은 미쉘 맥나리,
심라의 앵글로 인디언 가문의 장녀.
신으로부터 불완전함을 받은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소리는 침묵으로 변하고,
빛은 어둠으로 변하는 세상...
이게 나의 세상입니다.
아무것도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 곳,
그 세상에 어울리는 단 하나의 단어는 블랙입니다.
이런 어둠 속에서 얼마나 살수 있으시죠?
몇분, 몇시간, 며칠...?
난 이 어둠 속에서 40년을 살았습니다."
이 화두와 함께 영화의 시작은 어른 미쉘과 기억을 잃은 선생님 '데브라지 사하이'가 분수대에서 다시 만나는 부분부터 시작된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은 사하이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선생님을 오랜 시간동안 기다렸던 미쉘이 다시 만나 '블랙(Black)'이라는 그들만의 공간에서 재회하고, 그들에게 블랙은 유일한 공감대.
의사들이 기억을 잃은 사하이를 두고 "과학은 기적을 믿지 않는다"고 하고, 미쉘의 어머니는 그런 의사들에게 "사하이 선생님이 가르치지 않은 유일한 단어는 '불가능'이다"면서 "미쉘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건 뭐, 시작부터 결론을 다 알려주는 뻔한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의 화면과 스토리는 내 눈을 붙잡았다.
미셀은 태어나면서 벙어리였고, 귀머거리였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8살이 될 때까지 허리춤에는 깡통을 매달고, 기어다니면서 짐승처럼 살았다. 음식을 먹을 때도, 동생을 사랑해줄 수도 없는 '천형'을 받은 아이였다.
이런 아이가 주정뱅이 '데브라지 사하이'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선생님은 온갖 역경을 딛고, 미쉘에게 단어를 가르치고, 수화로 표현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대학에 보내 공부를 할 수 있게 한다.
영화의 줄거리를 다 쓸 필요는 없겠지만, 이 과정에서 겪는 휴먼스토리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미쉘과 사하이 선생님의 첫 만남에서부터 미쉘의 허리 춤에 채워진 방울을 보면서 사하이와 미쉘의 아버지가 부딪히기 시작하는 것.
"아버지가 딸을 짐승으로 여기는데, 누가 이 아이를 존중합니까?"(사하이)
"그 아이를 사람으로 만드는게 이제부터 당신 일이오!"(아버지)
이어 미쉘에게 음식을 인간답게 먹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육탄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미쉘의 아버지는 사하이에게 하루 만에 '해고'를 통보하고, 다음날 20일간 출장을 떠난다. 그러나 사하이는 미쉘의 어머니를 설득해 20일동안 8살의 미쉘과 지내면서 세상을 보여주고, 가르치기 위해 노력한다. 어렵게 숟가락으로 식사하는 걸 배운 미쉘의 모습을 보면서 미쉘의 어머니는 사하이에게 '고맙다'고 인사한다.
20일 후 미쉘의 아버지가 돌아오고, 눈이 마주친 사하이는 포기한 채 짐을 싸서 나선다. 떠나는 그의 눈길에 미쉘이 다시 예전처럼 손으로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달려가 미쉘을 끌고 분수대로 가 물에 빠트리고, 함께 허우적대면서 '워터'를 외친다. 그리고 세상에 대해 마음의 눈을 뜨기 시작한 미쉘은 선생님의 손을 끌어당겨 물을 만져보고, 다시 선생님의 입에 손을 갖다대면서 '워(터)'라는 말을 따라한다. 그리고 달려나가 흙을 만져보고, 꽃을 느낀다. 사하이는 미쉘의 부모를 부르고, 달려나온 부모에게 안긴 미쉘은 어머니를 만지면서 '마(더)'를, 아빠의 얼굴을 느끼면서 '파(더)'를 하게 된다.
분수대에게 어린 소녀와 선생님의 함께 떨어지는 물을 만지면서 '워(터)'를 하는 모습은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또 하나, 대학에 들어간 미쉘에게 사하이 선생님은 홀로 설수 있는 의미의 선물로 '지팡이'를 선물한다. 그리고 밖을 나가 혼자 걷는 연습을 하게 하는데, 미쉘이 다리를 쩍 벌리고 어기적 거리면서 걷는 모습이 흡사 찰리채플린을 떠올린다.
캠퍼스 벤치에서 공부를 하다가 눈이 내리자 두 사람이 춤을 추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미쉘은 점점 선생님을 사랑하게 되고, 선생님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자신을 깨닫고 미쉘의 곁을 떠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미쉘은 스스로 대학을 졸업하게 되고,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하이 선생님과 그들만의 공간 '블랙'에서 재회하게 된다. 그건 새로운 시작이었다.
이 영화의 처음부분에서 사하이 선생님이 한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Come into the Light!".
절제된 아름다운 색감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 '블랙'
영화 제목은 '블랙'이지만, 전혀 블랙스럽지 않다. 사하이 선생님 역의 '아미타브 밧찬'과 미쉘 역의 '라니 무커르지'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배우들의 이름은 인도말이 어려워 Daum의 영화검색에서 도움 받았으니, 혹여라도 영화배우 이름을 묻는 사람은 깨물어줄거다..)
특히 미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역 '아예샤 카푸르'의 연기는 신이 내린 연기처럼 느껴졌다. 어린 나이에 '워' '마'같은 외마디, 괴성뿐인 대사를 하면서 내면의 모든 것을 표현하는 연기에 그저 놀랍다는 말 밖에...
영화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영화 전반에 걸쳐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드러나는 아름다운 색감은 영화를 질리지 않게 하는 매력 포인트.
영화 '블랙'...
참 매력적인 영화다.
/ 소장환 free5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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