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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닿는곳

대륙의 아침은 신의주의 태양에서 시작된다

by 사랑화니 2014.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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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정상은 누구나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백두산 '천지'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4년 11월에 오른 백두산 북파의 정상에서 만난 천지는 그 자리에서 수천 년 동안 늘 그랬던 것처럼 고요할 뿐이다. <주인 백>

 

[특별한 동행-북중접경지역 리포트] ④ 대륙의 아침은 신의주의 태양에서 시작된다

 

11월의 추운 단둥 밤거리에서 꼬치구이를...

 

 

  압록강단교, 끊어진 철교 위에서 바라보았던 어둠에 갇힌 땅 '신의주'를 보면서 못내 안타까웠다. 단둥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에 짐을 푼 뒤에도 마음은 답답했다. 옷을 걸쳐 입고, 호텔로비에 갔다. 이미 외출을 작정한 네 명이 모였다. 네 명은 어둠이 깔린 호텔 옆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 대로변으로 나가 '꼬치구이' 집을 찾아 나섰다. 단체관광객 시즌이 아닌 단둥시내는 11월의 추운 날씨에 이미 문 닫은 가게가 많다. 그래도 우리는 굽히지 않고 코를 벌름거리면서 시내를 누볐다. 그러다 운 좋게 문을 연 가게를 발견했다. 길 가에 다양한 꼬치를 내놓고 고를 수 있었다. 쇠고기, 양고기, 닭고기, 개고기, 쥐포 등등. 중국어가 안 되는 세 명은 한국말로 떠들고, 그 중에 술과 안주를 주문할 수 있는 한 사람(앞서 1편 공항에서 만난 홍일표 보좌관)만 열심히 꼬치를 주문했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압록강 맥주'까지 시켰다. 주문은 늘 "량거" "삐쥐오~" 

 

일찍 가게 문을 닫은 단둥 거리의 어둠 속을 배회하는 모습. 

 

 

(위) 여러 종류의 꼬치를 내놓고 선택할 수 있다. (가운데) 선택한 꼬치를 즉석에서 구워준다.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 다 구워진 꼬치를 가져다 준다.

 

단둥에서 맛볼 수 있는 압록강 맥주. 청도에서 마셔 본 칭따오맥주와는 또 다른 맛이다.

    

   길가에서는 불을 피워 꼬치를 구워대면서 손님을 유혹하고, 구워진 꼬치는 우리나라 식으로 표현하자면 실내포장마차 같은 공간에서 먹을 수 있었다. 좁다란 가게에 몇 개의 테이블을 놓고, 간단한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는 공간. 그 공간에 인테리어라고는 전혀 없다. 그래도 옛날 어릴 적 봤던 시골동네 술집 같은 그런 분위기에 오히려 푸근한 면도 있다. 

 

  호텔에서부터 함께 길을 나섰던 우리(나, 홍일표 보좌관, 차가진 전문위원, 김갑식 박사)들끼리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서 꼬치에 대한 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 꼬치는 소고기, 이건 돼지고기. 그리고 이 맛은 양고기. 비싸지 않은 가격에 양도 적지는 않았다. 단둥에서 맛보는 압록강맥주 또한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국내 맥주와는 분명 다른 맛인데, 술 맛의 차이에 대한 적절한 표현을 어찌 해야 될지는 잘 모르겠다.


  꼬치 맛과 술에 대한 품평을 하고 있을 때 임강택 박사도 합류했고, 이야기는 심오해졌다. 임강택 박사는 북중접경지대에 대한 전문가 교수님, 나머지는 학생 신세였다. 다들 심양에서 단둥까지의 긴 하루 동안 느낌과 생각들을 풀어놓았다. 그 느낌을 풀어내는 방식들은 다양했다. 물론 나만 재미 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심양이 고려의 슬픔을 간직한 땅이느니, 어쩌느니. 이야기를 꺼내면서도 스스로 재미 없어서 그만 뒀다.  

 

    물론 공감대도 있었다. 압록강단교를 보면서 한반도의 아픈 역사에 대한 진한 아쉬움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남북교류의 중요성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는 꼬치가게를 나와 더 차가워진 단둥의 밤바람을 맞으면서 길을 걸었다. 길을 걸으면서도 다들 압록강 저 건너에 신의주가 있는데, 캄캄한 어둠 속에서 아무 것도 없는 듯 느껴지는 그 자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해가 뜨는 나라", 단둥의 태양은 신의주에서 떠오른다

 

  잠시 뒤척이다 눈을 떴다. 시간을 보니 5시 30분 정도 됐다. 아직 방안은 캄캄했다. 걸친 것 없는 맨 몸으로 호텔 방 창가 서서 커텐을 열었다. 강 건너 먼동이 터오는 신의주가 어렴풋하게 지평선의 윤곽이 보였다.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젖히면서 잠을 몰아냈다.


  그렇게 잠시 신의주를 응시하던 시야에 붉은 빛이 보였다. 태양이 대지를 가둔 어둠을 뚫고 올라오고 있었다. 그랬다. 단둥의 태양은 신의주에서 떠올랐다. 북방대륙의 아침은 한반도에서 시작됐다. 해가 뜨는 나라,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반도. 
  

옛날 단군이 다스리던 시절부터 우리 조상들이 사용한 이 땅의 나라 이름은 조선(朝鮮)이었다. 태양이 떠오르는 아침(朝)의 깨끗함(鮮)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순백의 하얀 색을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압록강변에 자리한 호텔에서 바라 본 신의주 일출 모습.

 


<계속>

 

[특별한 동행-북중접경지역 리포트] ① 잃어버린 북방영토에 들어서다

[특별한 동행-북중접경지역 리포트] ⑥ 대북전단 '삐라'와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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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소장환(free5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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