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정상은 누구나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백두산 '천지'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4년 11월에 오른 백두산 북파의 정상에서 만난 천지는 그 자리에서 수천 년 동안 늘 그랬던 것처럼 고요할 뿐이다. <주인 백>
[특별한 동행-북중접경지역 리포트] ⑮ '훈춘'에서 나진-하산을 바라보며
센양(瀋陽·심양)공항에서부터 압록강의 저 끝이 있는 단둥(丹東·단동)으로, 다시 지안(集安·집안·輯安)을 거쳐서 백두산을 둘러 본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옌볜(延邊·연변)조선족자치구 옌지(延吉·연길)을 향했다. 그날 저녁엔 발마사지로 백두산 피로를 풀었다.
다음날 눈을 떠 호텔에서 푸짐한 아침으로 배를 채우고, 연변대학교(延邊大學)로 향했다. 왜? 세미나를 위해서... 우리는 놀러 온게 아니다.
남·북·중 혹은 남·북·러 삼각협력방안…열심히 듣고 배운 기회
여기 연변대에서는 이 대학의 동북아연구원과 통일연구원이 함께 "두만강지역 개발 실태와 남북중 및 남북러 3각 협력 가능성 모색"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낙근 여의도연구원 정책연구실장과 임금숙 연변대 경제관리학원 교수, 송영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했고, 김광길 변호사와 김성남 연변대 무역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물론 세미나에 참석한 우리에게도 질문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번엔 지난 요동대학(遼東學院·중국에서는 단과대학은 '학원(學院)'으로, 종합대학교는 '대학(大學)'으로 표시한다)에서 느꼈던 교훈('질의 서면에 익숙한 자여, 말문을 열지 말지어다')을 실천했다.
이 자리에서 소개된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느끼는 것이 많은 주제였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천안함 침몰 이후에 취해진 5.24 조치로 단절된 남북관계지만, 서로의 경제적 이익때문에라도 남과 북은 통일을 원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 통일만이 남과 북이 더 잘살 수 있는 길이고, 생존의 길이었다.
(위)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들과 토론자들이 열심히 이야기하는 모습과 (아래) 밖에서도 토론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
연길시내에서 본 유치원 차량의 모습. 한글로 씌여진 것만 보면 연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의 국경이 모인 곳 '훈춘 경제특구' 방천에 가다
세미나를 마치고 시내에서 점심을 마친 우리는 훈춘경제특구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한참동안 달려 훈춘경제특구에 들어섰다. 훈춘을 알리는 톨게이트를 지나서부터는 연길시정부 차량이 앞에서 안내를 해줬고, 차 안에서는 영사관 관계자가 여러가지 설명을 해줬다.
가장 마음을 쓰리게 하는 내용은 지하자원에 대한 것이었다. 훈춘에 들어선 연변지역은 석탄 매장량이 어마어마해서 지표를 조금만 걷어내면 석탄이 나온다는 거다. 눈에 보이는 들판에는 누렇게 변한 초지와 그 위에 말들을 방목하고 있었다. 그 땅을 조금만 걷어내면 모두 석탄이라는 말이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더 밑으로 들어가면 유전지대라는 거다. 석유매장량은 사우디에 버금갈 정도라니,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온다. 이 땅이 뉘땅이던가. 일본이 간도 땅을 팔아먹으면서 사라진 우리 땅이 아닌가. 저절로 욕이 튀어나온다. "우라질~"
버스는 계속 달려 방천으로 들어섰다. 방천의 끝을 향해 달리는 버스의 왼쪽은 러시아땅이고, 오른쪽 두만강쪽은 북한 땅이다. 버스가 달리는 좁다란 길만이 중국이다. 더 달려 들어가니 높은 전망대가 보인다. '방천 전망대' 위에서 국경선의 끝을 볼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 조금만 더 가면 바다인데, 바다로 가는 길이 러시아와 북한이 맞닿은 국경선에 가로막혔다. 구글지도에서 보면 눈에 확 들어온다. '하산'이라고 표시된 곳은 러시아 땅이고, '라선특별시'는 북한땅이다. 그 사이에 길쭉하게 끼여 있는 모양새가 중국 땅이다.
이 국경선을 기준으로 러시아 지역의 '하산'과 북한의 나진항을 잇는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가 남북러 삼각협력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 일행은 '방천 전망대'에 올라 국경선 일대를 직접 눈으로 봤다. 멀리 보이는 러시아의 기차역 하산, 그리고 철교는 북한으로 이어져 있다. 그 철길 위에 나진항도 있겠지.
이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에 우리나라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가 현재 물류기지를 만들고 있다.
(위) 방천 전망대의 모습과 (중간) 전망대 옆에 있는 국경을 지키는 중국 군부대 모습. (아래) 러시아와 북한, 중국의 국경선이 교차하는 삼각점 바로 앞에 있는 전망대. 예전에는 이곳 전망대를 이용했다고 한다.
(위) (가운데) (아래) 러시아 '하산' 역 부근의 모습이다.
(위) 하산역에서 북한으로 이어지는 철교. 철교는 북한 땅이다. (아래) 두만강 건너 북한 지역의 모습.
북한과 러시아, 중국이 맞닿은 이 국경지대가 최근 들어 삼각협력 사업의 핵심으로 뜨고 있다. 얼마 전에는 러시아의 석탄이 이 철길을 따라 나진항에서 우리 포항으로 들어왔다. 중국 역시 장춘 일대에 모이는 동북삼성의 물동량을 이 곳을 통해 바닷길로 내보내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우리와 북한은 주변 국가들의 경제적 이익과 남과 북의 이익을 위해서 함께 할 수 밖에 없다. 차가운 북풍이 달려드는 훈춘 방천에서 우리는 통일을 생각했다.
2014년 11월의 북중접경지역 답사는 이렇게 두만강 자락에서 끝을 맺었다. 우리는 다음날 다시 옌지(延吉·연길) 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이 블로그를 포스팅하고 있는 순간은 해가 바뀌어 2015년 1월 28일의 새벽1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다.
소중한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서 일정의 포인트마다 조금씩의 이야기를 남겨두기 위해 블로그 포스팅을 시작한 것이지만, 사실 여기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더 많다. 그 이야기들은 함께 했던 각자의 추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그 때의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우리의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겠지.
아듀~ 북중접경지역 답사!
<끝>
[특별한 동행-북중접경지역 리포트] ① 잃어버린 북방영토에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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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소장환(free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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